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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필44

칠순 고개 넘어, 하프 마라톤을 넘다 최근 러닝 붐이 불면서, 전국 마라톤 대회의 참가비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과거 2~3만 원 선이던 참가비가 이제는 기본 5~7만 원, 메이저 대회는 10만 원씩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합니다."내 돈 내고 내 발로 길바닥을 뛰는데 왜 이렇게 비싼 돈을 내야 하나?"장소도 확보해야 하고, 물과 간식도 줘야 하고.기록도 재 줘야 하고, 경비가 드는 건 누구나 압니다.그러나 너무 비쌉니다. 오늘은 마라톤 참가비가 아깝다고 느껴지는 솔직한 이유와,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결승선으로 향하는 이유를 담아보았습니다. 1. 마라톤 참가비, 왜 아깝게 느껴질까?소비자의 입장에서 요즘 마라톤 대회를 바라보면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치솟는 가격 대비 실망스러운 기념품.티셔츠 한 장과 완주 메달이 전부인 경우.. 2026. 5. 18.
칠순 부부, 4년 만에 다시 테니스장으로 올해 어린이날은 아주 특별하게 보내서 만족스럽다. 중학생이 된 큰 손주 대신, 네 살배기 꼬마 숙녀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오전에는 시청 어린이축제 행사장을 돌았다.풍선도 받고, 비눗방울도 따라다니고, 솜사탕도 공짜로 받았다.네 살 아이의 하루도 참 바빴다.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또 금세 다른 데로 달려가는 마음을 붙잡느라.그렇게 네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우리 가족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테니스장.칠순 노부부 둘.30대 아들 부부 둘.그리고 네 살배기 손녀 하나.도합 다섯 명이 한 코트에 모였다.신기하게도 모두 라켓을 든 모습으로.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 우리가 결국 이렇게도 가족이 되어가는구나.라켓을 쥐고 함께 서 있기만 해도 좋은 가족. 공을 치지 않아도 대화만으로 웃음이 이어지는 .. 2026. 5. 12.
'엉터리 상식의 대가' 나의 어머니 오늘 서랍을 정리하다 2003년 봄에 썼던 일기 한 편을 꺼내 들었습니다.당시 많은 분께 웃음을 드렸고, 운 좋게 문학상과 방송에도 소개되었던 글입니다.여든 문턱에 계시던 어머니는 십여 년 더 사시고 운명하셨지만.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어머니의 자신만만함을 추억하며, 그날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제 어머니는 여든 문턱에 계십니다.작고 날씬하신 어머니는 그 문턱을 힘겨워하셨습니다.무릎도 자주 아프고 기운도 예전같이 않으시다면서.어머니는 보약을 드신 적이 없습니다.힘들어하실 적마다 권해드려도 한사코 마다하셨습니다.보약을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굳게 믿고 계시지만 자식의 씀씀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셨겠지요.어머니에겐 홀로 된 큰며느리와 저희 부부, 손자 둘 손녀 둘이 있습니다.그.. 2026. 5. 11.
낮달로 뜨던 남자 한낮에 헬스클럽에 가기,내겐 익숙한 일과가 되었어요. 오늘은 아줌마들 열댓에 남자는 나 혼자뿐이데요.요즘 저의 근무방식은 하루 가고 이틀 놀기입니다.그런 데가 어디 있냐고요? 있었죠. 김포국제공항이 영종도로 이사 갈 무렵,2000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그때만 해도 공항은 심야에 문을 닫았죠. 입출국하는 비행기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인가심야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하나 둘 생기더니,나중엔 24시간 문 여는 공항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관계 직원들은 24시간 상주했죠.그땐 근무조를 이렇게 외웠습니다.'주야비보주야비비'주간 야간 비번 보근 주간 야간 비번 비번.새벽에 출근해서 낮에 퇴근하는 사람,낮에 출근해서 심야에 퇴근하는 사람,비번인 사람, 보근하는 사람. 뭐 이러다가 복잡하고 .. 2026. 5. 4.
열흘 동안 3번 오른 백운대 북한산 백운대, 열흘 사이 세 번 오른 사연해마다 12월이 되면 나는 북한산 백운대에 오른다. 그냥 오르는 것은 아니다.‘아듀 가는 해’, ‘웰컴 오는 해’라고 적힌 토퍼를 꼭 챙겨 간다.정상에서 토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은 나만의 의식이다.별것 아닌 종이 장식이지만, 마음을 정리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한 해를 내려놓고 다가올 시간을 먼저 맞이하는 기분이다. 2025년 12월 1일.그날도 어김없이 백운대 정상을 밟았다.시야가 탁 트인 맑은 날씨 덕분에 올해도 잘 버텼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그런데 이틀 뒤, TV 뉴스에서 눈 소식을 보았다.며칠만 늦게 갔더라면 설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결국 아이젠을 꺼내 들고 다시 산행 채비를 마쳤다.두 번째 산행, 설레는 마음으로 올라갔지만 이.. 2026. 4. 28.
영종도에서, 내가 끝내 내려 서지 못한 갯벌이야기 데, 조금 수정·보완했습니다.> 지금 저는 끝이 안 보이는 활주로 앞에 서있습니다. 이 광활한 대지를 여럿 품고 있는 공항은 또 얼마나 크겠습니까?그러나 공항은 이 섬의 한 귀퉁이에 지나지 않습니다.섬을 둘러싼 바다는 얼마나 넓은지 한눈에 담을 수가 없습니다. 드넓은 해변이 어찌나 망망했는지 물이 썰리면 해안선은 아득히 물러납니다. 광활하게 드러난 뻘엔 물 자국마다 햇빛이 담겨 반짝반짝 거립니다. 저 햇빛을 밟아보고 싶은 충동은 출근 때마다 이는 생각입니다.그러나 한 번도 그리하진 못했습니다. 출근을 조금만 서두르거나 조금만 늑장을 부려도 될 법한데,그 짧은 틈을 내기가 참으로 고단합니다.무엇 때문에 쫓기듯 살아야 하는지요. 매일 오가면서도 해안도로에 잠시 내려섰다 간 적도 없으니 말입니다. 다시 바다.. 2026.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