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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필52

헉! 내 누드 20년 전쯤, 영종도 인천 공항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 서울 사람들에겐 출퇴근 거리가 먼 편이어서, 하루 근무하고 이틀 놀던 때의 기억이다. 24시간 근무 48시간 휴무. 하루 결근하면 5일간 동료들을 만날 수 없다는 게 단점이자 장점?8시간 근무하고 16시간 쉬던 일반 근무자와 같은 조건인데도, 우리는 매일 노는 듯이 보였기에 그 제도가 오래가진 못했다. 어쨌든 24시간 근무 때는 직장에서 샤워를 두 번 하게 된다. 술이 덜 깨어 출근한 날엔 아침부터 샤워장엘 가기도 했다. 그것은 농땡이라기보다는 맑은 정신을 찾아 업무의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이라고 봐주었다. 공항의 직원용 샤워장은 여러 단체가 같이 써서 크고 시설이 좋아, 아무것도 들고 갈 필요가 없는 곳.옷장은 개방식 네모 칸이어서 탈의실에.. 2026. 9. 14.
<고교얄개 ⑰> 삥땅 인생 고교 2학년이 된다는 것은학년이 하나 올라간다는 건 매우 신나는 일이다. 득실거리던 선배들 절반이 떠나고 그만큼 새로 생긴 후배들 앞에서 꺼벙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2학년이 된 때, 우리에겐 커다란 혼란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미국 대통령 닉슨이 중공을 방문해서 공산 맹주 모택동을 찾은 사건이다. 닉슨과 주은래의 사진도 연일 매스컴에 떠서 우방들이 혼란에 싸였는데, 우리의 경우 고교입시 때 동점자는 반공도덕 성적순으로 뽑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요즘 같으면 입시요강 바꾸라고 난리 나지 않았겠나. 반공이 모든 걸 이기던 시대였으니 중국에 간 닉슨은 충격 그 자체였다. 목욕탕 요금이 꺼엉~충 뛰었다 두 번째는 3월부터 목욕탕 요금이 62.5%나 오른 것이었다. 물론 이 변화를 사회적 혼란으로 .. 2026. 9. 7.
도랑 하나 건너서 동창회원 수첩고교 졸업 30년 만에 동창회원 수첩이 나왔다(2004년). 사진과 연락처, 직장 등이 실렸다.사진의 반 이상은 거리에서 스쳐도 몰라볼 얼굴들이다. 내 사진 밑에 달린 주소가 관공서인 덕에 졸업 후 처음 걸려 오는 전화도 있었다. 기업체 간부이거나 사업주인 친구들이 법규를 물어온 전화였다. 내 조그만 지식이 도움이 될 때면 그동안 왜 연락이 없었느냐, 어떻게 지냈냐고 바짝 다가오기도 했다. "공무원 생활 다 그렇지 뭐."하고 얼버무렸지만 친했던 친구에겐 다르다."짜식아! 나 인마 문인 됐다."라며 자랑도 했다. 얼마나 어쭙잖은가. 내세울 거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딴엔 엄청 노력해서 얻은 자격이라 생각했다.그런데 그렇게 봐주는 사람이 적은 세상을 향한 반발이기도 했다. 그러면 .. 2026. 8. 31.
제주에 살다, 멍든 2달 2023년에 속초 한 달 살기 2024년에 제주 한 달 살기 2025년에 제주 두 달 살기 올핸 강릉·부산 한 달 살기 작년에 제주 2달 살기 때그곳은 전철이 없으므로 경로 우대 카드의 이점이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관광지 입장료 할인뿐이었는데… 누군가 “제주도민이 되면 입장료 할인은 물론이고, 무료 버스카드에 택시비까지 나온다.” 오메 이게 웬 떡? 주소를 잽싸게 옮기고 공짜 카드 받아서 버스 실컷 타고 다녔는데, 택시비도 일 년치 16만 원쯤 카드로 받았습니다. 친구들에게 자랑했죠. 제주에 놀러 올 사람은 ‘한 달 살기’를 해도 주민등록을 옮기라. 70세 이상에겐 택시비도 준다. 나중에 안 거지만 택시비는 지출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하루에 편도 5천 원 이내로 두 번만 타기. 다 쓰지 못해서 절반은 .. 2026. 8. 25.
가난했던 아버지와 태릉선수촌 아버지!오늘은 30여 년쯤 거스른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2002년 9월에 쓴 글이므로 약 55년 전 이야기)제가 중3이 되던 봄, 국가대표 선수들만 묵을 수 있던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던 이야기입니다.아버지는 관심 없는 듯 덤덤해하셨지만, 저는 세 가지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첫째는 어마어마한 운동 시설이었고,둘째는 TV로만 보던 스타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게 된 뿌듯함이었으며,셋째는 태어나서 처음 만난 '뷔페식당'이었습니다. 축구의 이회택 선수, 이세연 골키퍼, 서윤찬 선수... 투포환의 백옥자 누나와 같은 식당을 사용하기. 그래도 셋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뷔페식당입니다. 이상하게만 보였던 프라이드치킨과 양식 요리들, 밥이 아닌 것으로만 배를 채워도 되는 세상을 처음 보았습니다.무엇이든 .. 2026. 8. 24.
출근길, 아내의 '010-7644' 청문회 출근하려 현관문을 미는 내 팔 출근하려 현관문을 미는 내 팔을 아내가 잡았다, 차갑게 눈썹을 추키며."당신, 나 좀 봅시다."'봅시다?' 결혼하고 처음 들어보는 종결어미, 현행범이라도 잡은 말투다."당신, ‘칠육사사’가 누구야?"반말로 캘 정도면 대단한 증거라도 잡은 모양이다."뭔 소리야?"독 안에 든 쥐를 보는 고양이 눈빛으로 추궁이 이어졌다."'통화 가능한가요?'는 뭐고, '비가 오네요', '국화차 향기가 좋아서...' 이거 보낸 사람 같은 사람 아니야?"밤새 내 핸드폰을 뒤진 모양이다. 친구들한테 배운 대로 딱. 문학회 일정 때문에 가끔 문학회 일정 때문에 여류 문인들에게 문자를 받는다. 시간을 묻는 건 배려인데, 발신 번호가 반만 찍히기도 했다. 그때는 '센스 있네' 했었는데, 오늘은 거기에 발목.. 2026.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