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9 강촌 상상역을 지나며 이번 주 화요수필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다녀온 북한강 자전거 라이딩 코스(가평역~김유정역) 이야기입니다. 가평역에서 출발해 김유정역까지. 지도상으로 약 26km.천천히 달리면 100분 남짓 걸리는 거리다.아침 햇살이 아직 부드러운 시간.역 광장을 벗어나 페달을 밟는다.첫 몇 분은 몸이 굼뜨다.다리는 "정말 갈 거야?" 하고 묻고, 마음은 "일단 가보자"라고 답한다.자전거 여행의 좋은 점은 속도에 있다.걷기보다 빠르고 자동차보다 느리다.그래서 풍경이 도망가지 않는다.강물도 보고, 산도 보고, 이름 모를 꽃도 본다. 북한강은 왼편에서 느긋하게 흘러간다.강은 늘 그렇다서두르지 않는다.누가 재촉해도 자기 속도를 잃지 않는다.칠순을 넘고 보니 강물의 태도가 부럽다.젊을 때는 늘 앞만 보고 달렸다.시험도 쫓아가.. 2026. 6. 30. 칠순 부부의 랠리, 110초에서 일단 끊고 아침 햇살이 코트 위의 흰 선을 선명하게 깨우면, 우리 부부는 라켓을 빙긋 쥐고 마주 선다.그리 넓지 않은 사각형 공간그곳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우리만의 무대가 된다.테니스 동호인들은 대부분 네 명이 함께하는 복식경기를 즐긴다.특히 혼합복식에서는 여성의 실력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실제로 대회에 나가 보면 여성 선수의 기량이 좋은 팀이 강한 경우가 많다.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우리 또래의 테니스 동호인을 찾기 어렵다.이웃 코트에도 없다.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게임보다 랠리를 즐기게 되었다.게임은 재미있다.하지만 점수가 걸리면 사람 마음이 묘해진다.공 하나 놓쳤을 뿐인데 괜히 아쉽고, 미안하고, 때로는 서운하기도 하다.부부라고 예외는 아니다.반면 랠리는 다르다.상대를 이기기 위한 공이 아니라 .. 2026. 6. 9. 마라톤 참가비 10만 원, 나는 혼자 양재천에서 뛴다 요즘 마라톤 인기가 대단하다.예전에는 운동장 몇 바퀴 뛰는 것도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주말이면 러닝화를 신고 거리로 나선다. 지하철에서도, 공원에서도, 하천 산책길에서도 달리는 사람을 쉽게 만난다. 달리기가 어느새 하나의 문화가 된 모양이다.나 역시 달리기를 좋아한다.정식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은 없다. 대신 양재천을 따라 달리며 내 다리가 어디까지 버텨주는지 시험해 보곤 했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누가 기록을 재준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아직도 끝까지 갈 수 있겠니?"달리기를 하다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처음에는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리듬을 찾는다. 발은 저절로 움직이고 생각은 가벼워진다. 그때부터는 운동이라기보다 명상에 가까워진다.그래.. 2026. 6. 8. 대청에서 내려온 늙은 다리가 문제였다 무박 2일 대청봉 설악산 대청봉을 향한무박 2일 산행이 시작됐다.밤 11시 30분, 서울 출발.졸음과 기대가 뒤섞인 버스 안에서나는 괜히 창밖만 오래 바라봤다.'회귀하는 이 차를 시간 안에 탈 수 있을까?'새벽 1시 20분.인제휴게소의 불빛은, 유난히 밝았다.편의점 한구석에서는컵라면들을 후루룩 후루룩.그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순간 마음이 흔들렸다.후루룩 두 번에 온몸이 깨어날 것 같았다.하지만 참았다.몸에 안 좋다는 생각도 있었고,혹시라도 탈이 나 체력이 떨어질까 겁도 났다.그만큼 이번 산행만큼은반드시 성공하고 싶었다.새벽 2시 30분.한계령 도착.국립공원 문이 열리는새벽 3시까지 기다려야 했다.5월 하순인데도산바람은 차가웠다.얇은 점퍼를 덧입었는데도몸이 먼저 떨렸다.새벽 3시.드디어 산행 시작.랜턴 불빛.. 2026. 5. 26. 대청봉 2024년 3번 산행 중 3차(&일출) 2024년, 나는 대청봉에 세 번 올랐다. 5월의 푸르름을 한계령에서부터 오르며 보았고, 10월의 단풍철에 두 번 올랐다. 설악산 단풍을 온전히 보려면 두 번 오르는 게 맞다. 대청봉의 단풍이 좋을 땐 산밑의 단풍이 설었고, 산밑의 단풍이 절정이면 정상의 단풍은 이미 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산은 같아도, 산꾼의 마음은 번번이 달라진다.그래서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 아닐까. 단풍은 서두르지 않는다.위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번져 내려와 있었다.나는 그 빛을 따라 숨을 고르며 걸었지만, 카메라 셔터는 바삐 눌러댔다.단풍,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지만 바삐 가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에.백담사에서 오를 때는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계곡의 물빛, 바위에 얹힌 잎사귀, 능선 위로 번지는 노을빛까지.셔터 소리는 마치 내 .. 2026. 5. 19. 단풍에 등 떠밀려, 상원사에서 비로봉으로 상원사 마당을 나서며, 나는 잠시 발걸음을 늦추었다.바람이 먼저 길을 걷고 있었다.사방이 단풍이었다.곱다는 말로는 조금 모자랐다.빛이 나무에 붙어 있는 듯했다.붉은 잎은 붉은 대로,노란 잎은 노란 대로서로 양보도 없이 제 색을 뽐내고 있었다.나는 괜히 한 번 더 둘러보았다.이 길이 오늘의 시작이라는 것이, 조금 아까웠다.비로봉은 아직 멀다.하지만 마음은 이미 반쯤 올라가 있었다.이쯤에서,잠시 그날의 풍경을 내려놓는다. 두로령을 지나 상원사로 돌아오는 길다리 근육보다 마음이 먼저 피로를 느낀다.하지만 내려오면서 비로소 보이는 풍경,오르면서 놓쳤던 바람결과 낙엽의 색은오늘 산행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다음에 올 가을에도 나는 다시 이 길을 걸으며작은 행복들을 하나씩 주워 담겠지. 2026. 4. 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