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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필/고교얄개18

[고교얄개 ⑱] 나무젓가락과 뺑코 먹고 싶죠? 짜장면군대에 있을 때 제일 먹고 싶었던 것. 첫 휴가 나가면 서울에 닿자마자, 열 일 제치고 먹어야지 했던 것. 중국집 하면 으레 떠오르는 게 짜장면이다.표준말이 ‘자장면’이라지만 어려서부터 익어온 정감 때문에, 나는 ‘짜장면’이라고 불러야 제맛이 났었다. 표준말을 모른 척할 수 없어 불편했는데, 최근에 짜장면도 표준말이 됐단다. 표준말이 되기 전에도 자장면이란 말은 써본 적이 없다.동교 진학한 고등학교 입학식 날, 우리의 주문은 우동 하나에 짜장면 셋."우짜짜에 짜곱 하나"그 이전에도 중국집에 갔었겠지만 그때가 첫 기억 마냥 남아있는 것은, 강렬한 추억 한 컷 때문이다. 흑백사진처럼 바랜 추억 가운데 강렬히 남아 있는 장면은 나무젓가락 비비기다.그 시절 젓가락의 품질이 좋지 않아서 제품 모.. 2026. 10. 5.
<고교얄개 ⑰> 삥땅 인생 고교 2학년이 된다는 것은학년이 하나 올라간다는 건 매우 신나는 일이다. 득실거리던 선배들 절반이 떠나고 그만큼 새로 생긴 후배들 앞에서 꺼벙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2학년이 된 때, 우리에겐 커다란 혼란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미국 대통령 닉슨이 중공을 방문해서 공산 맹주 모택동을 찾은 사건이다. 닉슨과 주은래의 사진도 연일 매스컴에 떠서 우방들이 혼란에 싸였는데, 우리의 경우 고교입시 때 동점자는 반공도덕 성적순으로 뽑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요즘 같으면 입시요강 바꾸라고 난리 나지 않았겠나. 반공이 모든 걸 이기던 시대였으니 중국에 간 닉슨은 충격 그 자체였다. 목욕탕 요금이 꺼엉~충 뛰었다 두 번째는 3월부터 목욕탕 요금이 62.5%나 오른 것이었다. 물론 이 변화를 사회적 혼란으로 .. 2026. 9. 7.
[고교얄개⑯] 버스 안내양 누나들 미안하옵니다 1. 50년 전 버스 안의 얄개들 50여 년 전의 얄개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시내버스 안내양에게 '누나'라고 부른 축과 '언니야'라고 부른 축으로. 전 축들은 교복에 꽂힌 학년 배지대로 나이를 인정하는 아이들이고 후 축들은 마치 몇 년씩 꿇어서 나이는 많다고 우기는 구레나룻들이다. 전 축들은 버스표 냈냐고 물으면 고분고분 내던 자세를 재연해 보이고 후 축들은 기분 나빠 내릴 테니 내지도 않은 버스표 내놓으라고 코털을 날린다. 2. 회수권 한 장에 실린 얄개들의 장난버스 탈 때는 삼삼오오 사이좋게 오르는 게 좋다. 회수권은 뒷 녀석이 모두 낼 것처럼 마구 떠들며. 안내양은 각자 내고 타라고 가슴으로 막는다. 그러면 뒤에서 떠밀린 척, 맨 앞 녀석이 가슴으로 뚫는다. 맨 앞 역할은 서로 하고 싶어.. 2026. 7. 20.
[응답하라 1972 ⑮] 그땐 우리도 우리가 한심했다 고2 얄개시절 그러니까 50여 년 전, 우리가 저지른 일 중에 범죄인 줄 알고 저지른 일이 딱 하나 있다.정말 장난으로 말해본 거였는데, 그 말을 들은 두 친구가 착 달라붙는 바람에 우리의 모의는 급속히 합의됐다. 셋이서 시험지를 훔치기로 한 것이다.시험 기간 중엔 각자의 교실을 도서관 삼아, 그곳에 남아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많았다. 밤이 이슥해지면서 불 켜진 교실이 몇 안 남았을 때, 우리는 겁도 없이 2층 교무실을 털었다.그것은 타이거마스크의 박달 몽둥이 때문이다.그는 수학 선생이지만 마스크를 안 써도 레슬링의 반칙왕 같이 생긴 남자인데, 시험문제 하나 틀리는 데 무조건 한 대씩 때렸다.다른 애들은 몇 개 틀렸나를 걱정했지만, 운동선수였던 나는 몇 개 맞을까가 궁금한 처지였다. 그러니 몽둥이 앞에 도.. 2026. 7. 6.
[응답하라 1968 ⑭] 아아 그때 그 감자 1968년은 제가 중학생이 된 해입니다. 신입생의 특징은 새 교복이죠. 헐렁하게 조금 큰 교복과 모자까지 조금씩 컸던 꼬마들. 새 책가방을 들고 오전 수업만 마치면 동대문 수영장으로 붙들려 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수영을 배웠습니다. 체벌에 대한 긴장과 혹독한 훈련으로 늘 허기가 졌었죠.몸이 파김치가 되어 수영장을 나서면 호떡, 냉차, 구운 감자를 파는 리어카가 즐비했습니다. 축구장 뒷길부터 지금의 전철역까지 먹거리들이 띄엄띄엄 늘어서 있었습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구운 감자가 석양빛에 번들거리면 왜 그리도 먹고 싶었는지 모릅니다.첫 집을 참고 지나쳐도 버스정류장에 가려면 그런 리어카를 십여 개나 더 지나야 했습니다. 사방에서 아주머니들이 불렀습니다."학생, 회수권도 받.. 2026. 6. 29.
[응답하라 1972 ⑬] ♪얼굴 마주 보며 쌩끗♬ 그때 그 시절 '고교얄개'의 추억 오래된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빛바랜 기억 하나가 고개를 듭니다. 50여 년 전, 자옥이를 처음 만난 곳은 달콤한 버터 향이 훅 끼쳐오던, 종로의 한 제과점이었습니다. 당시 제과점은 우리 같이 가난한 고등학생에겐 별세계였죠.종로 제과점수영이란 운동은 칼로리 소모가 매우 큰 운동이다. 연습이 끝나고 수영장을 나설 땐 늘 뱃속에 거지가 든 것처럼 배가 고팠지만, 그날만큼은 눈앞의 단팥빵보다 맞은편에 앉은 자옥이가 더 신경 쓰였다. 나는 자꾸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쪽지를 한 달이나 늦게 봤다니까. 내가 원래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너무 빠져있다 보니, 가방 깊숙한 곳은 잘 안 봐서...”사과가 세번 째 겹치자 자옥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난 내가 차인 줄 알.. 2026.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