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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필44

반팔 티 입고, 다시 테니스 코트로 3월은 좀 얄밉습니다.봄인 척하다가눈을 뿌리고,꽃샘추위까지 끼워 넣습니다.그래서 매년“언제 따뜻해지지?”이 말을 하게 됩니다.어제 아침.드디어 반팔을 입었습니다.올해 처음입니다.괜히 기분이 좋습니다.“가봅시다, 짠.”아내와 테니스장에 갔습니다.사실 아내는겨우내 운동을 안 했습니다.조깅은 싫다.등산은 더 싫다.그렇게 버티다가건강검진 수치가요즘 안 좋게 나왔으니걱정이 됩니다.말은 안 해도,옆에서 보면 압니다.그래서 슬쩍 꺼내봤습니다.“테니스 한번 해볼까?”그랬더니말없이 고개만 끄덕 끄덕자신이 없어했습니다.속으로‘됐다’ 싶었습니다.아내는 원래테니스를 잘 쳤던 사람입니다.그 기억이조금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코트에 서니아내와 랠리 100초 영상“우리, 예전 같지 않네.”“그러게요.”말은 이렇게 하지만공은 끝까지.. 2026. 4. 21.
재떨이에 침 뱉은 '죄와 벌' 내가 누구게?나 바람이야.폼 좀 잡다가오늘 제대로 한 번 당했다. 한국 문인회에선 구여운 삐딱이라 했지만, 과천 문학회에선 '바람'이라 불리지.문단에 삐딱이 모자 쓰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선한 바람.별명은 뭐 '혜성', '신선' (죄송, 간이 잠깐 부었다고? 윗줄 삭제하고 그냥 예비군으로 가겠음)나 신출귀몰 예비군 육군 병장 강 병장이야.신체 건강하고 정신 건전하고 매력 덩어리인..... 뭐? 알았어 알았어, 정정할게.그냥 몸만 건강한.오늘 에러 되게 나네!우리 동네에서 내 별명은 '혜성 같은 바람'이야.생긴 거완 반대라고?그렇지만 내가 붙인 것도 아니고 남이 붙여준 건데 어떡하냐구.우리 동네 부동산 아줌마, 슈퍼 아줌마, 노래방 아줌마들...나만 가면 뭐 난리 블루스지.노래방 시간을 자꾸 늘려 줘.노래방.. 2026. 4. 20.
안양천 벚꽃길 마라톤, 나는 왜 더 뛰게 되었나 그저께, 나는 마라톤 코스를 미리 뛰어봤다.문제는 멈추지 못한 발이었다. 안양천 벚꽃 마라톤 대회 이틀 전.나는 실제 코스를 먼저 뛰어보기로 했다.영롱이 억새 1 구장.출발 지점이다.아내에게 운전을 시켰다. 혹시 5km라도 같이 뛰고 싶어서. 대회당일 차를 몰고 오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그런데 차가 멈춘 곳이 조금 이상했다.“여기야?”아내는 네비대로 왔으니까 태연했다.나는 잠깐 망설였다.그렇게 시작이 조금 어긋난 듯했지만길 건너나 이쪽 길이나 벚꽃이 끝내주는 길 그날의 숨과 바람은, 이 짧은 영상(2분)에 남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만개일은 며칠 전이고지금은 끝물이었다.개천 오른쪽 길로 붙었다.벚꽃이 줄지어 있었다.바람이 불면꽃잎이 조금씩 흘렀다.길은 좋았다.아주 좋았다.왼쪽 개천 건너도 좋고오른쪽도 좋.. 2026. 4. 14.
개떡 같은 세상에서 만난, 찰떡 아이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밖은 뜨거운데, 글 마감시간에 쫓기는 나는 컴퓨터 속에서 정신 없었다. 시립도서관 2층 남자화장실 첫 번째 칸에 앉으니 적나라한 그림 한 컷이 눈길을 끈다. '이거 그린 놈 대학생 아니다. 대학생이면 좀 더 잘 그렸어야지!' 촌평은 아쉬움을 외면당한 채 엄한 꾸지람을 달고 있다 '낙서하지 마. 세끼들아!' 누군가 빨간 볼펜으로 맞춤법도 지적했다 '↙틀렸음 새끼(○)' 빨간 글씨는 다시 길게 휘어진 화살표에 끌려가 굵은 사인펜으로 얻어맞았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쉐끼들아!' 머리 위에서 쇠파이프를 타고 내린 찬물 한 통이, 푸하하 쓸려나가고 파란 창에 구름 반쪽 갸우뚱인다. 그래 어쩌면 아주 오래 전엔 '세끼'가 맞는 말이었는지도 모.. 2026. 4. 13.
[응답하라 1972 ⑩] 짜식들아 옥짜옥짜 하지마라, 자옥씨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녀석들의 짓궂은 야유가 귓전을 때렸다. "야, 쭌! '옥짜'는 찾았냐? 이름이 옥자면 어떠냐, 얼굴만 예쁘면 됐지! 안 그래?" 70년대 그 시절, 이름 끝에 '자'가 들어가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이름이었다. 영자, 순자, 숙자, 그리고 옥자까지. 정작 본인들은 여자친구 하나 없는 주제에,녀석들은 제멋대로 '옥자'라 단정 지으며 낄낄거렸다. 당시 거리 전파사 스피커에서는 나훈아의 '애정이 싹트는 시절'이 간드러진 음절로 흐르고 있었다. 가사처럼 내 마음에도 무지개 같은 설렘이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녀석들의 놀림은 그 무지개에 흙탕물을 끼얹는 것 같아 속상했다. 나는 질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지지 않았다.내 책가방 안쪽 깊숙한 주머니에 보물처럼 간직된 쪽지, 넥타이.. 2026. 3. 31.
[응답하라 1972 ⑨] 또 다른 그녀의 이름은 '옥' 기다리고 기다리던 농구 스타의 편지는 오지 않고, 내 앞엔 새로운 여학생이 등장했다. 중1 학기 초, HR 시간에 특활반 고르기가 있었다. 거기서 나의 선택은 참으로 엉뚱했다. 그때 나는 방송반, 영어반 이런 공부동아리를 골랐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하나뿐인 실내 수영장에 당일 무료로 가볼 수 있다는 수영반을 택했다. 수영반은 선수가 되는 수영부가 아니고 특활반일뿐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그대로 믿은 것이다. 공짜로 실내 풀장 다니는 게 좋아, 수영반을 따라다니다 보니까, 어느 틈에 주전 선수가 되어있었다.그래서 고2 때 수영부가 해체될 때까지, 공부는 물 건너간 돌팍이었는데 운동선수로선 주축이 되어 큰소리 치고 있었다. .. 2026.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