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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동안 3번 오른 백운대 북한산 백운대, 열흘 사이 세 번 오른 사연해마다 12월이 되면 나는 북한산 백운대에 오른다. 그냥 오르는 것은 아니다.‘아듀 가는 해’, ‘웰컴 오는 해’라고 적힌 토퍼를 꼭 챙겨 간다.정상에서 토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은 나만의 의식이다.별것 아닌 종이 장식이지만, 마음을 정리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한 해를 내려놓고 다가올 시간을 먼저 맞이하는 기분이다. 2025년 12월 1일.그날도 어김없이 백운대 정상을 밟았다.시야가 탁 트인 맑은 날씨 덕분에 올해도 잘 버텼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그런데 이틀 뒤, TV 뉴스에서 눈 소식을 보았다.며칠만 늦게 갔더라면 설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결국 아이젠을 꺼내 들고 다시 산행 채비를 마쳤다.두 번째 산행, 설레는 마음으로 올라갔지만 이.. 2026. 4. 28.
영종도에서, 내가 끝내 내려 서지 못한 갯벌이야기 데, 조금 수정·보완했습니다.> 지금 저는 끝이 안 보이는 활주로 앞에 서있습니다. 이 광활한 대지를 여럿 품고 있는 공항은 또 얼마나 크겠습니까?그러나 공항은 이 섬의 한 귀퉁이에 지나지 않습니다.섬을 둘러싼 바다는 얼마나 넓은지 한눈에 담을 수가 없습니다. 드넓은 해변이 어찌나 망망했는지 물이 썰리면 해안선은 아득히 물러납니다. 광활하게 드러난 뻘엔 물 자국마다 햇빛이 담겨 반짝반짝 거립니다. 저 햇빛을 밟아보고 싶은 충동은 출근 때마다 이는 생각입니다.그러나 한 번도 그리하진 못했습니다. 출근을 조금만 서두르거나 조금만 늑장을 부려도 될 법한데,그 짧은 틈을 내기가 참으로 고단합니다.무엇 때문에 쫓기듯 살아야 하는지요. 매일 오가면서도 해안도로에 잠시 내려섰다 간 적도 없으니 말입니다. 다시 바다.. 2026. 4. 27.
반팔 티 입고, 다시 테니스 코트로 3월은 좀 얄밉습니다.봄인 척하다가눈을 뿌리고,꽃샘추위까지 끼워 넣습니다.그래서 매년“언제 따뜻해지지?”이 말을 하게 됩니다.어제 아침.드디어 반팔을 입었습니다.올해 처음입니다.괜히 기분이 좋습니다.“가봅시다, 짠.”아내와 테니스장에 갔습니다.사실 아내는겨우내 운동을 안 했습니다.조깅은 싫다.등산은 더 싫다.그렇게 버티다가건강검진 수치가요즘 안 좋게 나왔으니걱정이 됩니다.말은 안 해도,옆에서 보면 압니다.그래서 슬쩍 꺼내봤습니다.“테니스 한번 해볼까?”그랬더니말없이 고개만 끄덕 끄덕자신이 없어했습니다.속으로‘됐다’ 싶었습니다.아내는 원래테니스를 잘 쳤던 사람입니다.그 기억이조금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코트에 서니아내와 랠리 100초 영상“우리, 예전 같지 않네.”“그러게요.”말은 이렇게 하지만공은 끝까지.. 2026. 4. 21.
재떨이에 침 뱉은 '죄와 벌' 내가 누구게?나 바람이야.폼 좀 잡다가오늘 제대로 한 번 당했다. 한국 문인회에선 구여운 삐딱이라 했지만, 과천 문학회에선 '바람'이라 불리지.문단에 삐딱이 모자 쓰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선한 바람.별명은 뭐 '혜성', '신선' (죄송, 간이 잠깐 부었다고? 윗줄 삭제하고 그냥 예비군으로 가겠음)나 신출귀몰 예비군 육군 병장 강 병장이야.신체 건강하고 정신 건전하고 매력 덩어리인..... 뭐? 알았어 알았어, 정정할게.그냥 몸만 건강한.오늘 에러 되게 나네!우리 동네에서 내 별명은 '혜성 같은 바람'이야.생긴 거완 반대라고?그렇지만 내가 붙인 것도 아니고 남이 붙여준 건데 어떡하냐구.우리 동네 부동산 아줌마, 슈퍼 아줌마, 노래방 아줌마들...나만 가면 뭐 난리 블루스지.노래방 시간을 자꾸 늘려 줘.노래방.. 2026. 4. 20.
안양천 벚꽃길 마라톤, 나는 왜 더 뛰게 되었나 그저께, 나는 마라톤 코스를 미리 뛰어봤다.문제는 멈추지 못한 발이었다. 안양천 벚꽃 마라톤 대회 이틀 전.나는 실제 코스를 먼저 뛰어보기로 했다.영롱이 억새 1 구장.출발 지점이다.아내에게 운전을 시켰다. 혹시 5km라도 같이 뛰고 싶어서. 대회당일 차를 몰고 오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그런데 차가 멈춘 곳이 조금 이상했다.“여기야?”아내는 네비대로 왔으니까 태연했다.나는 잠깐 망설였다.그렇게 시작이 조금 어긋난 듯했지만길 건너나 이쪽 길이나 벚꽃이 끝내주는 길 그날의 숨과 바람은, 이 짧은 영상(2분)에 남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만개일은 며칠 전이고지금은 끝물이었다.개천 오른쪽 길로 붙었다.벚꽃이 줄지어 있었다.바람이 불면꽃잎이 조금씩 흘렀다.길은 좋았다.아주 좋았다.왼쪽 개천 건너도 좋고오른쪽도 좋.. 2026. 4. 14.
개떡 같은 세상에서 만난, 찰떡 아이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밖은 뜨거운데, 글 마감시간에 쫓기는 나는 컴퓨터 속에서 정신 없었다. 시립도서관 2층 남자화장실 첫 번째 칸에 앉으니 적나라한 그림 한 컷이 눈길을 끈다. '이거 그린 놈 대학생 아니다. 대학생이면 좀 더 잘 그렸어야지!' 촌평은 아쉬움을 외면당한 채 엄한 꾸지람을 달고 있다 '낙서하지 마. 세끼들아!' 누군가 빨간 볼펜으로 맞춤법도 지적했다 '↙틀렸음 새끼(○)' 빨간 글씨는 다시 길게 휘어진 화살표에 끌려가 굵은 사인펜으로 얻어맞았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쉐끼들아!' 머리 위에서 쇠파이프를 타고 내린 찬물 한 통이, 푸하하 쓸려나가고 파란 창에 구름 반쪽 갸우뚱인다. 그래 어쩌면 아주 오래 전엔 '세끼'가 맞는 말이었는지도 모.. 2026.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