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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네? 죽어도 안 오겠다던 길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왔다2년 만이다.가까운 대청봉은 일 년에 두세 번 오르지만 지리산은 자주 가지 못한다.그런데 평일에 백무동 가는 버스를 만났기에 한신계곡을 따라 세석대피소로 올랐다.지도에는 세석까지 4시간 반으로 나와 있었는데, 나는 5시간 걸렸다.이리저리 포커스를 대보느라 걸음이 빠를 수가 없다.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다.중턱까지는 깜깜했고, 여명 때는 빛의 골든타임으로 노렸으나 눈길을 붙잡는 풍경은 없었다.백무동에서 세석 가는 길, 사진사에겐 별 볼일 없는 길이다. 볼일은 없고 두려움만 있었다.곰이나 멧돼지를 만나면 어쩌나 하는 공포심.풀숲에서 소리가 나면 걸음부터 멈춘다.그리고 노려본다, 스틱을 장검처럼 들고.친구 하나만 옆에 있어도 든든한데 혼자이기 때문이다.산 주변엔 7학년이 없다.그래서 툭하.. 2026. 9. 1.
도랑 하나 건너서 동창회원 수첩고교 졸업 30년 만에 동창회원 수첩이 나왔다. 사진과 연락처, 직장 등이 실렸다.사진의 반 이상은 거리에서 스쳐도 몰라볼 얼굴들이다. 내 사진 밑에 달린 주소가 관공서인 덕에 졸업 후 처음 걸려 오는 전화도 있었다. 기업체 간부이거나 사업주인 친구들이 법규를 물어온 전화였다. 내 조그만 지식이 도움이 될 때면 그동안 왜 연락이 없었느냐, 어떻게 지냈냐고 바짝 다가오기도 했다. "공무원 생활 다 그렇지 뭐."하고 얼버무렸지만 친했던 친구에겐 다르다."짜식아! 나 인마 문인 됐다."라며 자랑도 했다. 얼마나 어쭙잖은가. 내세울 거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딴엔 엄청 노력해서 얻은 자격이라 생각했다.그런데 그렇게 봐주는 사람이 적은 세상을 향한 반발이기도 했다. 그러면 그들의 은근한.. 2026. 8. 31.
제주에 살다, 멍든 2달 2023년에 속초 한 달 살기 2024년에 제주 한 달 살기 2025년에 제주 두 달 살기 올핸 강릉·부산 한 달 살기 작년에 제주 2달 살기 때그곳은 전철이 없으므로 경로 우대 카드의 이점이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관광지 입장료 할인뿐이었는데… 누군가 “제주도민이 되면 입장료 할인은 물론이고, 무료 교통카드에 택시비까지 나온다.” 오메 이게 웬 떡? 주소를 잽싸게 옮기고 공짜 카드 받아서 버스 실컷 타고 다녔는데, 택시비도 일 년치 16만 원쯤 카드로 받았습니다. 친구들에게 자랑했죠. 제주에 놀러 올 사람은 ‘한 달 살기’를 해도 주민등록을 옮기라. 70세 이상에겐 택시비도 준다. 나중에 안 거지만 택시비는 지출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하루에 편도 5천 원 이내로 두 번만 타기. 다 쓰지 못해서 절반은 .. 2026. 8. 25.
가난했던 아버지와 태릉선수촌 아버지!오늘은 30여 년쯤 거스른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2002년 9월에 쓴 글이므로 약 55년 전 이야기)제가 중3이 되던 봄, 국가대표 선수들만 묵을 수 있던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던 이야기입니다.아버지는 관심 없는 듯 덤덤해하셨지만, 저는 세 가지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첫째는 어마어마한 운동 시설이었고,둘째는 TV로만 보던 스타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게 된 뿌듯함이었으며,셋째는 태어나서 처음 만난 '뷔페식당'이었습니다. 축구의 이회택 선수, 이세연 골키퍼, 서윤찬 선수... 투포환의 백옥자 누나와 같은 식당을 사용하기. 그래도 셋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뷔페식당입니다. 이상하게만 보였던 프라이드치킨과 양식 요리들, 밥이 아닌 것으로만 배를 채워도 되는 세상을 처음 보았습니다.무엇이든 .. 2026. 8. 24.
물거울에 담긴 도담삼봉 도담삼봉의 촬영 포인트는 주차장뿐아침 9시 10분, 단양 도담삼봉 주차장에 도착했다. 햇빛은 역광이어서 카메라엔 시커먼 풍경이 잡혔다.햇빛이 너무 적어 고민이 됐다. 10시 이전에 촬영을 마쳐야 하므로 지체할 시간은 없다.해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본 대로 사후 보정을 해보기로. 입장료는 없다.주차비는 10분 미만은 면제이고, 10분 이상은 종일 요금이 적용된다.제1, 2 주차장 기준 소형 3,000원, 대형 6,000원이다.국가유공자, 장애인, 경차, 저공해차는 감면 혜택이 있고 단양군민은 무료다.서쪽 선착장에서 바라본 남한강 위에 세 봉우리가 서 있었다.건너편으로는 갈 수 없어 주차장이 유일한 촬영 포인트다.삼봉 넘어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으므로 완전한 역광.삼봉은 시커멓게 나왔지만 강물 위에는.. 2026. 8. 18.
출근길, 아내의 '010-7644' 청문회 출근하려 현관문을 미는 내 팔 출근하려 현관문을 미는 내 팔을 아내가 잡았다, 차갑게 눈썹을 추키며."당신, 나 좀 봅시다."'봅시다?' 결혼하고 처음 들어보는 종결어미, 현행범이라도 잡은 말투다."당신, ‘칠육사사’가 누구야?"반말로 캘 정도면 대단한 증거라도 잡은 모양이다."뭔 소리야?"독 안에 든 쥐를 보는 고양이 눈빛으로 추궁이 이어졌다."'통화 가능한가요?'는 뭐고, '비가 오네요', '국화차 향기가 좋아서...' 이거 보낸 사람 같은 사람 아니야?"밤새 내 핸드폰을 뒤진 모양이다. 친구들한테 배운 대로 딱. 문학회 일정 때문에 가끔 문학회 일정 때문에 여류 문인들에게 문자를 받는다. 시간을 묻는 건 배려인데, 발신 번호가 반만 찍히기도 했다. 그때는 '센스 있네' 했었는데, 오늘은 거기에 발목.. 2026.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