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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상상역을 지나며 이번 주 화요수필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다녀온 북한강 자전거 라이딩 코스(가평역~김유정역) 이야기입니다. 가평역에서 출발해 김유정역까지. 지도상으로 약 26km.천천히 달리면 100분 남짓 걸리는 거리다.아침 햇살이 아직 부드러운 시간.역 광장을 벗어나 페달을 밟는다.첫 몇 분은 몸이 굼뜨다.다리는 "정말 갈 거야?" 하고 묻고, 마음은 "일단 가보자"라고 답한다.자전거 여행의 좋은 점은 속도에 있다.걷기보다 빠르고 자동차보다 느리다.그래서 풍경이 도망가지 않는다.강물도 보고, 산도 보고, 이름 모를 꽃도 본다. 북한강은 왼편에서 느긋하게 흘러간다.강은 늘 그렇다서두르지 않는다.누가 재촉해도 자기 속도를 잃지 않는다.칠순을 넘고 보니 강물의 태도가 부럽다.젊을 때는 늘 앞만 보고 달렸다.시험도 쫓아가.. 2026. 6. 30.
[응답하라 1968 ⑭] 아아 그때 그 감자 1968년은 제가 중학생이 된 해입니다. 신입생의 특징은 새 교복이죠. 헐렁하게 조금 큰 교복과 모자까지 조금씩 컸던 꼬마들. 새 책가방을 들고 오전 수업만 마치면 동대문 수영장으로 붙들려 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수영을 배웠습니다. 체벌에 대한 긴장과 혹독한 훈련으로 늘 허기가 졌었죠.몸이 파김치가 되어 수영장을 나서면 호떡, 냉차, 구운 감자를 파는 리어카가 즐비했습니다. 축구장 뒷길부터 지금의 전철역까지 먹거리들이 띄엄띄엄 늘어서 있었습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구운 감자가 석양빛에 번들거리면 왜 그리도 먹고 싶었는지 모릅니다.첫 집을 참고 지나쳐도 버스정류장에 가려면 그런 리어카를 십여 개나 더 지나야 했습니다. 사방에서 아주머니들이 불렀습니다."학생, 회수권도 받.. 2026. 6. 29.
없어진 어처구니를 찾아서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무릎을 쳤다. "아, 그래서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나왔구나." 듣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다.맷돌에 손잡이가 없다면 곡식을 갈 수 없을 테니 말이다.얼마 뒤에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궁궐 지붕 위에 올려놓는 흙으로 만든 인형, 즉 토우(土偶)가 어처구니라는 설명이었다. 공사가 끝날 무렵 마지막으로 올려야 할 토우를 빠뜨리면 큰일이니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또한 그럴듯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두 이야기를 사실로 믿고 살았다. 아마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라면 더욱 쉽게 믿는다. 궁궐 지붕 위에서 마지막 토우를 찾느라 허둥대는 장인의 모습. 맷돌 앞에서 손잡이를 찾으며 .. 2026. 6. 23.
[응답하라 1972 ⑬] ♪얼굴 마주 보며 쌩끗♬ 그때 그 시절 '고교얄개'의 추억 오래된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빛바랜 기억 하나가 고개를 듭니다. 50여 년 전, 자옥이를 처음 만난 곳은 달콤한 버터 향이 훅 끼쳐오던, 종로의 한 제과점이었습니다. 당시 제과점은 우리 같이 가난한 고등학생에겐 별세계였죠.종로 제과점수영이란 운동은 칼로리 소모가 매우 큰 운동이다. 연습이 끝나고 수영장을 나설 땐 늘 뱃속에 거지가 든 것처럼 배가 고팠지만, 그날만큼은 눈앞의 단팥빵보다 맞은편에 앉은 자옥이가 더 신경 쓰였다. 나는 자꾸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쪽지를 한 달이나 늦게 봤다니까. 내가 원래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너무 빠져있다 보니, 가방 깊숙한 곳은 잘 안 봐서...”사과가 세번 째 겹치자 자옥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난 내가 차인 줄 알.. 2026. 6. 22.
칠순 산객의 거짓말 갈 때마다 같은 다짐 설악산 대청봉을 오를 때마다 같은 다짐을 한다."이번이 마지막이다."그런데 그 다짐은 이상하게도 오래가지 못한다.이번에도 그랬다.새벽어둠 속에서 몇 번이나 후회했고, 하산길에서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하루쯤 지나고 나니 마음은 또 슬그머니 설악을 향하고 있었다.사람 마음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대청봉이 가진 묘한 마력이 있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청봉만 해도 환갑 넘어서만 십여 차례 올랐다. 2023년에는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을 모두 올랐고, 그다음 해에 세 번, 작년에 한 번 더 찾았으며, 비를 맞으며 오른 적도 있었다. 때가 되면 나를 불러내는 설악그만하면 충분할 텐데, 이상하게 설악은 다시 불러댄다.그러나 이번 산행은 예전과.. 2026. 6. 16.
[응답하라 1972 ⑫] 아버지보다 중요했던 탁구장 주인 아저씨 내 인생에서 아버지를 빌렸던 두 번의 날안녕하세요. 월화만필입니다.오늘은 제 고등학교 시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면서도 웃음이 나는 철없던 얄개 시절의 추억 하나 꺼내어 봅니다.제 인생에서 아버지를 딱 두 번 '빌렸던' 날의 이야기입니다.고교 시절, 싸움꾼이 아닌 내가 주먹패들에게 기죽지 않고 다닌 것은 불량한 복장 덕분도 있었다.바지는 건빵 주머니를 떼어 낸 미군 전투복을 염색해서 입고 워커를 끌고 다녔는데, 선생님께 몇 차례 걸려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엄마한테 워커도 괜찮다고 속이고 산 것이니, 구두나 교복 바지 살 돈을 또 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생활지도 선생님에게서 최후통첩이 왔다.‘부모님을 모셔 올 것’하루를 사흘처럼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학교 앞 탁구장 주인을 아버지로 꾀는 데 성공했다.. 2026.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