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7 대청봉 2024년 3번 산행 중 3차(&일출) 2024년 나는 대청봉 정상석을 세 번 안아 봤다. 5월의 푸르름을 한계령에서부터 오르며 보았고, 10월의 단풍철에 두 번 올랐다. 설악산 단풍을 온전히 보려면 두 번 오르는 게 맞다. 대청봉의 단풍이 좋을 땐 산밑의 단풍이 설었고, 산밑의 단풍이 절정이면 정상의 단풍은 이미 져버렸기 때문이다.그러니 산은 같아도, 산꾼의 마음은 번번이 달라진다.그래서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 아닐까. 단풍은 서두르지 않는다.위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번져 내려와 있었다.나는 그 빛을 따라 숨을 고르며 걸었지만, 카메라 셔터는 바삐 눌러댔다.단풍,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지만 바삐 가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에.백담사에서 오를 때는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계곡의 물빛, 바위에 얹힌 잎사귀, 능선 위로 번지는 노을빛까지.셔터 소리는 마.. 2026. 5. 19. 칠순 고개 넘어, 하프 마라톤을 넘다 최근 러닝 붐이 불면서, 전국 마라톤 대회의 참가비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과거 2~3만 원 선이던 참가비가 이제는 기본 5~7만 원, 메이저 대회는 10만 원씩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합니다."내 돈 내고 내 발로 길바닥을 뛰는데 왜 이렇게 비싼 돈을 내야 하나?"장소도 확보해야 하고, 물과 간식도 줘야 하고.기록도 재 줘야 하고, 경비가 드는 건 누구나 압니다.그러나 너무 비쌉니다. 오늘은 마라톤 참가비가 아깝다고 느껴지는 솔직한 이유와,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결승선으로 향하는 이유를 담아보았습니다. 1. 마라톤 참가비, 왜 아깝게 느껴질까?소비자의 입장에서 요즘 마라톤 대회를 바라보면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치솟는 가격 대비 실망스러운 기념품.티셔츠 한 장과 완주 메달이 전부인 경우.. 2026. 5. 18. 칠순 부부, 4년 만에 다시 테니스장으로 올해 어린이날은 아주 특별하게 보내서 만족스럽다. 중학생이 된 큰 손주 대신, 네 살배기 꼬마 숙녀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오전에는 시청 어린이축제 행사장을 돌았다.풍선도 받고, 비눗방울도 따라다니고, 솜사탕도 공짜로 받았다.네 살 아이의 하루도 참 바빴다.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또 금세 다른 데로 달려가는 마음을 붙잡느라.그렇게 네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우리 가족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테니스장.칠순 노부부 둘.30대 아들 부부 둘.그리고 네 살배기 손녀 하나.도합 다섯 명이 한 코트에 모였다.신기하게도 모두 라켓을 든 모습으로.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 우리가 결국 이렇게도 가족이 되어가는구나.라켓을 쥐고 함께 서 있기만 해도 좋은 가족. 공을 치지 않아도 대화만으로 웃음이 이어지는 .. 2026. 5. 12. '엉터리 상식의 대가' 나의 어머니 오늘 서랍을 정리하다 2003년 봄에 썼던 일기 한 편을 꺼내 들었습니다.당시 많은 분께 웃음을 드렸고, 운 좋게 문학상과 방송에도 소개되었던 글입니다.여든 문턱에 계시던 어머니는 십여 년 더 사시고 운명하셨지만.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어머니의 자신만만함을 추억하며, 그날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제 어머니는 여든 문턱에 계십니다.작고 날씬하신 어머니는 그 문턱을 힘겨워하셨습니다.무릎도 자주 아프고 기운도 예전같이 않으시다면서.어머니는 보약을 드신 적이 없습니다.힘들어하실 적마다 권해드려도 한사코 마다하셨습니다.보약을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굳게 믿고 계시지만 자식의 씀씀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셨겠지요.어머니에겐 홀로 된 큰며느리와 저희 부부, 손자 둘 손녀 둘이 있습니다.그.. 2026. 5. 11. 대청봉, 그 품은 언제나 뿌듯하다 우리나라가 '만 나이'를 정식 나이로 쓰기로 한 법은, 2023년 6월에 공포됐다고 한다. 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 사이의 터울은 그렇지 않다. 2년 선배는 재작년에 칠순을 맞았다. 거창한 잔치는 아니었고, 예닐곱이 모여 술 한 잔 나눈 게 전부였다. 1년 빠른 친척 형은 작년이 칠순이었다.1년 선배들보다 생일을 두 해나 늦게 먹어야 맞다. 이게 법으로는 정리되었으되, 마음으로는 좀 헷갈린다.아이들도 그런가 보다.내 생일은 1월 초순이라 해만 바뀌면 만 나이를 먹는다. 2024년 2월, 아들 내외가 베트남 여행표를 끊어왔다. “아버지 칠순 여행이세요.” 만 나이로 하기로 했으니 아직 예순아홉인데, 친척들과 견주면 올해 가시는 게 맞단다. 이쯤 되니 그래, 나이 셈이 복잡한데 산에나 가지 뭐. 산은 .. 2026. 5. 5. 낮달로 뜨던 남자 한낮에 헬스클럽에 가기,내겐 익숙한 일과가 되었어요. 오늘은 아줌마들 열댓에 남자는 나 혼자뿐이데요.요즘 저의 근무방식은 하루 가고 이틀 놀기입니다.그런 데가 어디 있냐고요? 있었죠. 김포국제공항이 영종도로 이사 갈 무렵,2000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그때만 해도 공항은 심야에 문을 닫았죠. 입출국하는 비행기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인가심야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하나 둘 생기더니,나중엔 24시간 문 여는 공항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관계 직원들은 24시간 상주했죠.그땐 근무조를 이렇게 외웠습니다.'주야비보주야비비'주간 야간 비번 보근 주간 야간 비번 비번.새벽에 출근해서 낮에 퇴근하는 사람,낮에 출근해서 심야에 퇴근하는 사람,비번인 사람, 보근하는 사람. 뭐 이러다가 복잡하고 .. 2026. 5. 4. 이전 1 ···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