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69

대청봉 2024년 3번 산행 중 3차(&일출) 2024년, 나는 대청봉에 세 번 올랐다. 5월의 푸르름을 한계령에서부터 오르며 보았고, 10월의 단풍철에 두 번 올랐다. 설악산 단풍을 온전히 보려면 두 번 오르는 게 맞다. 대청봉의 단풍이 좋을 땐 산밑의 단풍이 설었고, 산밑의 단풍이 절정이면 정상의 단풍은 이미 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산은 같아도, 산꾼의 마음은 번번이 달라진다.그래서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 아닐까. 단풍은 서두르지 않는다.위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번져 내려와 있었다.나는 그 빛을 따라 숨을 고르며 걸었지만, 카메라 셔터는 바삐 눌러댔다.단풍,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지만 바삐 가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에.백담사에서 오를 때는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계곡의 물빛, 바위에 얹힌 잎사귀, 능선 위로 번지는 노을빛까지.셔터 소리는 마치 내 .. 2026. 5. 19.
칠순 고개 넘어, 하프 마라톤을 넘다 최근 러닝 붐이 불면서 전국 마라톤 대회의 참가비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과거 2~3만 원 선이던 참가비가 이제는 기본 5~7만 원, 메이저 대회는 10만 원씩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합니다."내 돈 내고 내 발로 길바닥을 뛰는데 왜 이렇게 비싼 돈을 내야 하나?"장소도 확보해야 하고, 물과 간식도 줘야 하고.기록도 재 줘야 하고, 경비가 드는 건 누구나 압니다.그러나 너무 비쌉니다. 오늘은 마라톤 참가비가 아깝다고 느껴지는 솔직한 이유와,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결승선으로 향하는 이유를 담아보았습니다. 1. 마라톤 참가비, 왜 아깝게 느껴질까?소비자의 입장에서 요즘 마라톤 대회를 바라보면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치솟는 가격 대비 실망스러운 기념품.티셔츠 한 장과 완주 메달이 전부인 경우.. 2026. 5. 18.
칠순 부부, 4년 만에 다시 테니스장으로 올해 어린이날은 아주 특별하게 보내서 만족스럽다. 중학생이 된 큰 손주 대신, 네 살배기 꼬마 숙녀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오전에는 시청 어린이축제 행사장을 돌았다.풍선도 받고, 비눗방울도 따라다니고, 솜사탕도 공짜로 받았다.네 살 아이의 하루도 참 바빴다.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또 금세 다른 데로 달려가는 마음을 붙잡느라.그렇게 네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우리 가족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테니스장.칠순 노부부 둘.30대 아들 부부 둘.그리고 네 살배기 손녀 하나.도합 다섯 명이 한 코트에 모였다.신기하게도 모두 라켓을 든 모습으로.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 우리가 결국 이렇게도 가족이 되어가는구나.라켓을 쥐고 함께 서 있기만 해도 좋은 가족. 공을 치지 않아도 대화만으로 웃음이 이어지는 .. 2026. 5. 12.
'엉터리 상식의 대가' 나의 어머니 오늘 서랍을 정리하다 2003년 봄에 썼던 일기 한 편을 꺼내 들었습니다.당시 많은 분께 웃음을 드렸고, 운 좋게 문학상과 방송에도 소개되었던 글입니다.여든 문턱에 계시던 어머니는 십여 년 더 사시고 운명하셨지만.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어머니의 자신만만함을 추억하며, 그날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제 어머니는 여든 문턱에 계십니다.작고 날씬하신 어머니는 그 문턱을 힘겨워하셨습니다.무릎도 자주 아프고 기운도 예전같이 않으시다면서.어머니는 보약을 드신 적이 없습니다.힘들어하실 적마다 권해드려도 한사코 마다하셨습니다.보약을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굳게 믿고 계시지만 자식의 씀씀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셨겠지요.어머니에겐 홀로 된 큰며느리와 저희 부부, 손자 둘 손녀 둘이 있습니다.그리.. 2026. 5. 11.
대청봉, 그 품은 언제나 뿌듯하다 우리나라가 '만 나이'를 정식 나이로 쓰기로 한 법은, 2023년 6월에 공포됐다고 한다. 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 사이의 터울은 그렇지 않다. 2년 선배는 재작년에 칠순을 맞았다. 거창한 잔치는 아니었고, 예닐곱이 모여 술 한 잔 나눈 게 전부였다. 1년 빠른 친척 형은 작년이 칠순이었다.1년 선배들보다 생일을 두 해나 늦게 먹어야 맞다. 이게 법으로는 정리되었으되, 마음으로는 좀 헷갈린다.아이들도 그런가 보다.내 생일은 1월 초순이라 해만 바뀌면 만 나이를 먹는다. 2024년 2월, 아들 내외가 베트남 여행표를 끊어왔다. “아버지 칠순 여행이세요.” 만 나이로 하기로 했으니 아직 예순아홉인데, 친척들과 견주면 올해 가시는 게 맞단다. 이쯤 되니 그래, 나이 셈이 복잡한데 산에나 가지 뭐. 산은 .. 2026. 5. 5.
낮달로 뜨던 남자 한낮에 헬스클럽에 가기내겐 익숙한 일과가 되었어요. 오늘은 아줌마들 열댓에 남자는 나 혼자뿐이데요.요즘 저의 근무방식은 하루 가고 이틀 놀기입니다.그런 데가 어디 있냐고요? 있었죠. 김포국제공항이 영종도로 이사 갈 무렵,2000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그때만 해도 공항은 심야에 문을 닫았죠. 입출국하는 비행기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인가심야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하나 둘 생기더니,나중엔 24시간 문 여는 공항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관계 직원들은 24시간 상주했죠.그땐 근무조를 이렇게 외웠습니다.'주야비보주야비비'주간 야간 비번 보근 주간 야간 비번 비번.새벽에 출근해서 낮에 퇴근하는 사람,낮에 출근해서 심야에 퇴근하는 사람,비번인 사람, 보근하는 사람. 뭐 이러다가 복잡하고 외.. 2026.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