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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필/고교얄개18

[응답하라 1972 ⑫] 아버지보다 중요했던 탁구장 주인 아저씨 내 인생에서 아버지를 빌렸던 두 번의 날안녕하세요. 월화만필입니다.오늘은 제 고등학교 시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면서도 웃음이 나는 철없던 얄개 시절의 추억 하나 꺼내어 봅니다.제 인생에서 아버지를 딱 두 번 '빌렸던' 날의 이야기입니다.고교 시절, 싸움꾼이 아닌 내가 주먹패들에게 기죽지 않고 다닌 것은 불량한 복장 덕분도 있었다.바지는 건빵 주머니를 떼어 낸 미군 전투복을 염색해서 입고 워커를 끌고 다녔는데, 선생님께 몇 차례 걸려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엄마한테 워커도 괜찮다고 속이고 산 것이니, 구두나 교복 바지 살 돈을 또 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생활지도 선생님에게서 최후통첩이 왔다.‘부모님을 모셔 올 것’하루를 사흘처럼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학교 앞 탁구장 주인을 아버지로 꾀는 데 성공했다.. 2026. 6. 15.
[응답하라 1972 ⑪] 얄개들의 첫 삥땅은 목욕탕비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는 건 꽤 신나는 일이었다.무엇보다도 선배들의 절반이 졸업해 나갔고, 갓 입학한 후배들이 그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막내가 아니었다. 괜히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후배들을 만나면 이유 없이 걸음걸이도 달라졌다. 두 가지 큰 변화그 무렵 우리 사회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하나는 미국 대통령 닉슨이 중국을 방문한 사건이었다.당시만 해도 반공은 일종의 생활규범이었다. 고교 입시에서 동점자가 나오면 반공도덕 점수로 결정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모택동을 만나러 갔으니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신문도 떠들썩했고 어른들도 수군거렸다."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고등학생이던 우리도 그 분위기를 느끼긴 했다.하지만 솔직히 말.. 2026. 6. 1.
[응답하라 1972 ⑩] 짜식들아 옥짜옥짜 하지마라, 자옥씨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녀석들의 짓궂은 야유가 귓전을 때렸다. "야, 쭌! '옥짜'는 찾았냐? 이름이 옥자면 어떠냐, 얼굴만 예쁘면 됐지! 안 그래?" 70년대 그 시절, 이름 끝에 '자'가 들어가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이름이었다. 영자, 순자, 숙자, 그리고 옥자까지. 정작 본인들은 여자친구 하나 없는 주제에,녀석들은 제멋대로 '옥자'라 단정 지으며 낄낄거렸다. 당시 거리 전파사 스피커에서는 나훈아의 '애정이 싹트는 시절'이 간드러진 음절로 흐르고 있었다. 가사처럼 내 마음에도 무지개 같은 설렘이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녀석들의 놀림은 그 무지개에 흙탕물을 끼얹는 것 같아 속상했다. 나는 질 수 없었다하지만 나는 결코 지지 않았다.내 책가방 안쪽 깊숙한 주머니에 보물처럼 간직된 쪽지, 넥타이 .. 2026. 3. 31.
[응답하라 1972 ⑨] 또 다른 그녀의 이름은 '옥' 새로운 여학생의 등장기다리고 기다리던 농구 스타의 편지는 오지 않고, 내 앞엔 새로운 여학생이 등장했다. 중1 학기 초, HR 시간에 특활반 고르기가 있었다. 거기서 나의 선택은 참으로 엉뚱했다. 그때 나는 방송반, 영어반 이런 공부동아리를 골랐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하나뿐인 실내 수영장에 당일 무료로 가볼 수 있다는 수영반을 택했다. 수영반은 선수가 되는 수영부가 아니고 특활반일뿐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그대로 믿은 것이다. 공짜로 실내 풀장 다니는 게 좋아, 수영반을 따라다니다 보니까, 어느 틈에 주전 선수가 되어있었다.그래서 고2 때 수영부가 해체될 때까지, 공부는 물 건너간 돌팍이었는데 운동선수로선 주축이 되어 큰소리 .. 2026. 3. 30.
[응답하라 1971 ⑧] 얄개들이 깔아뭉갠 선생님, 아으 다롱디리 1971년 가을 소풍날"빛바랜 흑백 사진 속, 말타기를 하며 환호하던 얄개들. 그날의 무너짐이 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착륙이 될 줄은 그때 아무도 몰랐습니다." 1971년 가을 소풍날,동구릉에서 말타기가 벌어졌다.어느 문인석에 기대 내가 마부로 자리를 잡자, 눈치 빠른 국어쌤이 소매를 걷어붙이셨다. "내가 말 할게. 나를 타봐라 무너지나!" 선생님은 내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쑥 밀어 넣으셨다. 말 등 위에 친구 둘이 엉덩이를 흔들며 말을 괴롭혔다.이 장난이 사고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말이 된 선생님의 허리는 이미 활처럼 휘어 있었다. 사건은 우리 반 '키 1 짱' 장다리 녀석이 슬쩍 올라타는 순간 벌어졌다.육중한 무게에 '인간 말'은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짜부가 되어 버렸다. 선생님을 깔.. 2026. 3. 27.
[응답하라 1972 ⑦] (편지) 연숙에게 태어나서 처음 써본 핑크 레터연숙, 이 편지 농구부로 보내는 이유는 학년을 몰라서이구. 예쁜 여학생 이름으로 보내는 건 나의 센스야. 막히면 운명이고, 전해지면 행운이지. 나 요즘 농구에 폭 빠졌어. 이정도 운동량이면 키도 더 클 거야. 우리 학교는 코트가 아스팔트라서 비만 그치면 바로 할 수 있거든. 선수들은 강당체육관에서 뛰고, 우리는 땡볕에서 헉헉 대는데, 헉헉 멤버들 모두 그대 팬이야. 숙, 그대 만난 후부터 키는 크고 봐야 한다는 욕심이 생겼어. 키가 비슷한 학생들 틈을 지날 땐, 내가 더 큰 척하려고 뒤꿈치를 들고 다닌 적도 있었지. 이러다 보면 진짜 키가 더 잘 크지 않을까? 자나 깨나 키 클 생각, 앉으나 서나 키 180 그래도 키 크는 환상보다 그대 생각이.. 2026.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