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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필

헉! 내 누드

by 월화 희준 2026. 9. 14.

20년 전쯤, 영종도 인천 공항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 서울 사람들에겐 출퇴근 거리가 먼 편이어서, 하루 근무하고 이틀 놀던 때의 기억이다. 

24시간 근무 48시간 휴무. 하루 결근하면 5일간 동료들을 만날 수 없다는 게 단점이자 장점?
8시간 근무하고 16시간 쉬던 일반 근무자와 같은 조건인데도, 우리는 매일 노는 듯이 보였기에 그 제도가 오래가진 못했다. 

어쨌든 24시간 근무 때는 직장에서 샤워를 두 번 하게 된다.   

술이 덜 깨어 출근한 날엔 아침부터 샤워장엘 가기도 했다. 그것은 농땡이라기보다는 맑은 정신을 찾아 업무의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이라고 봐주었다. 

공항의 직원용 샤워장은 여러 단체가 같이 써서 크고 시설이 좋아, 아무것도 들고 갈 필요가 없는 곳.

옷장은 개방식 네모 칸이어서 탈의실에 들어서면 현재 몇 명이 샤워 중인지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옷 벗어 논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참 좋았던 어느 날. 다음에도 이 시간대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안에서 물소리가 약하게 들렸다. 

‘어떤 사람이 물을 또 덜 잠그고 갔군!’ 하며 후다닥 옷을 벗고 룰루랄라 들어갔다. 

그런데 우헥- 이 무슨 변고인가. 안에서 문 쪽으로 걸어 나오는 웬 여자와 마주쳤다. 

나 어떡해! (삽화: 정종해)


이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맞닥뜨린 아줌마. 쉰 살쯤의 그녀는 청소 아줌마. 화장실 말고 샤워장까지 아줌마가 청소하는 줄은 까맣게 몰랐다.

아, 어쩌란 말이냐! 더 낭패스러운 건 내가 너무 씩씩하게 들어섰다는 것. 

거기다 0.1초면 한 움큼으로 가릴 수 있는데도 그걸 못하고, 그냥 뻘쭘히 서 있었으니… 뷰웅- 신. 

그녀는 내 옆을 지나야 문으로 나갈 수 있는데, 나는 무슨 서부의 총잡이라고 권총 뽑는 폼으로 돌아서지도 못했을까? 

정신을 차리고 손으로 가렸을 땐, 그녀는 빨개진 목덜미만 보이며 내 옆을 돌아나가고 있었다. 

빛이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돈다는데 2초면 볼장 다 본 셈 아닌가?
‘으이구 뷰웅~ 신!’ 그녀가 청소 중이기만 했어도 마주치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청소를 마치고 막 나오는 순간이라서, 비명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던 것.
. 
걱정은 하나뿐이었다. 사람의 기억력이 얼마나 될지. 알몸일 때와 신사복을 입었을 때의 모습이 많이 다르므로 그녀는 나를 몰라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당장 내일 복도에서 또 만날 수 있는데, 인사를 하고 지나쳐야 할지 그냥 벽만 보고 걸어야 할지. 
그것이 문제로다. 아이고 뷰웅~~.
 
 
*'나 어떡해'      제1회 1977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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