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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라톤 참가비 10만 원, 나는 혼자 양재천에서 뛴다

by 월화 희준 2026. 6. 8.


요즘 마라톤 인기가 대단하다.


예전에는 운동장 몇 바퀴 뛰는 것도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주말이면 러닝화를 신고 거리로 나선다. 지하철에서도, 공원에서도, 하천 산책길에서도 달리는 사람을 쉽게 만난다. 달리기가 어느새 하나의 문화가 된 모양이다.

나 역시 달리기를 좋아한다.

정식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은 없다. 대신 양재천을 따라 달리며 내 다리가 어디까지 버텨주는지 시험해 보곤 했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누가 기록을 재준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아직도 끝까지 갈 수 있겠니?"

달리기를 하다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리듬을 찾는다. 발은 저절로 움직이고 생각은 가벼워진다. 그때부터는 운동이라기보다 명상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한 점도 생긴다.

요즘 유명 마라톤 대회 참가비를 보면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10만 원이다. 접수 경쟁도 치열하다. 마치 인기 가수의 공연 티켓을 구하는 풍경을 보는 듯하다.

처음에는 나도 놀랐다.

"달리는데 10만 원이나 내야 하나?"

솔직한 심정이었다.

달리기는 축구처럼 공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골프처럼 비싼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모든 스포츠 중 유일하게 맨발로도 뛸 수 있고,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운동이다.

물론 대회를 운영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교통을 통제해야 하고 안전요원도 배치해야 한다. 급수대도 설치해야 하고 기록 측정 장비도 준비해야 한다. 참가자들에게 지급하는 기념품과 메달도 필요하다.

그러니 참가비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가끔 이런 생각은 든다.

달리기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기념 티셔츠일까.

멋있는  완주 메달일까.

아니면 기록증에 적힌 숫자일까.

어느 날 이른 아침, 과천 정부청사 근처에서 양재천으로 내려섰다.

해는 막 떠오르고 있었다. 물결은 은빛으로 반짝였고, 산책 나온 사람 몇 명이 조용히 길을 지나갔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노부부도 있었고, 출근 전 가볍게 걷는 직장인도 보였다.

그들에겐 평범한 아침이었겠지만, 그날 내게는 작은 출정식이었다.

출발선도 없었다.

응원단도 없었다.

목에 걸어줄 메달도 없었다.

오직 나와 운동화, 그리고 양재천 길뿐이었다.

그날 나는 누구와 경쟁하지 않았다.

앞사람을 추월할 이유도 없었고 뒤사람에게 쫓길 이유도 없었다.

그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힘들면 조금 천천히 갔고, 괜찮으면 조금 속도를 냈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달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뒤처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내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그날 나는 대단한 기록을 세운 것도 아니고 상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끝까지 갔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수천 명이 함께 뛰는 축제의 분위기도 좋다. 응원 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즐거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가비 10만 원이 있어야만 마라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양재천도 훌륭한 마라톤 코스다.

동네 공원도 훌륭한 마라톤 코스다.

집 앞 하천길도 마찬가지다.

달리기의 가치는 출발선 가격표에 적혀 있지 않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도 내가 끝까지 달릴 수 있느냐는 것인지 모른다.

남보다 빠를 필요도 없다.

기록을 세울 필요도 없다.

칠순의 다리로는 젊은 러너들을 따라갈 수도 없다.

그래도 괜찮다.

꼬래비면 어떠랴.

끝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

달리기는 결국 남과의 승부가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이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뒤돌아보니 양재천 물은 여전히 졸졸 흐르고 있었다.

앞으로도 양재천은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출발선에 세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