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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필

여름 길목에서 마주한 풍경들 (上)

by 월화 희준 2026. 8. 4.

역동과 평화, 그리고 경계에서 멈춘 발길

 

지나온 계절은 늘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한겨울 길목에서만 지나치던 인제 매바위 폭포를 7월의 마지막 날 마주했습니다.

겨울엔 꽁꽁 얼어붙어 거대한 얼음 기둥으로 침묵하던 그곳에서, 오늘은 세찬 물소리와 함께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1. 계절의 반전, 인제 매바위 폭포

 

 


높이 88미터의 매를 닮은 바위 절벽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행인들의 더위를 씻어주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임에도 계절이 바뀜에 따라 전혀 다른 생명력을 내뿜는 자연의 이치가 새삼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얼어붙은 침묵 대신 생동하는 음률을 뿜어내는 폭포 앞에서, 렌즈를 통해 그 시원함을 담아보았습니다.



2. 바다와 시냇물이 만나는 고요함, 청간정

 

멀찌감치 나가 앉은 청간정 해수욕장

 


다음 들른 곳은 관동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청간정이었습니다.

매바위 폭포가 '인공적으로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역동적인 물줄기'였다면, 청간정은 '산에서 내려온 민물과 바다가 만나 오랜 세월 침묵하며 풍류를 담아 온 자연의 고요함'을 지닌 곳입니다.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절경을 화폭에 담았듯, 정자 위에 서니 울창한 소나무 숲 너머로 수평선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합니다.



3. 쉼표가 되어준 송지호 해수욕장

 


이어 바다와 민물이 어우러진 동해안 대표 석호, 송지호 해수욕장의 강렬한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백사장을 지나 고성 통일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찌는 듯한 가마솥더위 속에서도 안보 현장을 찾은 수많은 인파, 그야말로 인파를 그 변방에서 볼 줄은 몰랐습니다.
 


4. 시대의 속도 속에서 멈춰 선 발길, 통일전망대 


그러나 불과 1년 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종이에 인적 사항을 쓰던 수기 작성표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겁니다.

핸드폰으로 QR 코드를 찍어 모바일에서 출입 신청을 한 뒤 줄을 서서 입장료를 결제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다루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디지털에 서툰 노인들은 황당해하고 있었죠.

현장에 도우미가 배치되어 있긴 했으나, 그 도움을 받기도 줄을 서야 할 만큼 사람이 많았습니다. 변화의 속도에 맞춘 최신 시스템이, 연로한 방문객들에게는 큰 문턱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제 경우엔 사진 찍으러 3번 왔었기에 시설은 새로운 것이 없는데, 큐알 코드를 통해 기재하고도 두 번(신청료 납부, 안보교육) 줄을 서야 한다는 부담에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끝없이 늘어선 줄과 번잡함 속에서 쓸쓸히 돌린 발길, 그래도 먼 길을 왔는데... 분단을 실감하는 사진을 남기진 못했지만 북쪽 끝까지 모인 인파에게서 저는 든든함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 <여름 길목에서 마주한 풍경들> 2편은 다음 주 화요일에 잇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