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수필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다녀온 북한강 자전거 라이딩 코스(가평역~김유정역) 이야기입니다.
가평역에서 출발해 김유정역까지.
지도상으로 약 26km.
천천히 달리면 100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아침 햇살이 아직 부드러운 시간.
역 광장을 벗어나 페달을 밟는다.
첫 몇 분은 몸이 굼뜨다.
다리는 "정말 갈 거야?" 하고 묻고, 마음은 "일단 가보자"라고 답한다.
자전거 여행의 좋은 점은 속도에 있다.
걷기보다 빠르고 자동차보다 느리다.
그래서 풍경이 도망가지 않는다.
강물도 보고, 산도 보고, 이름 모를 꽃도 본다.
북한강은 왼편에서 느긋하게 흘러간다.
강은 늘 그렇다
서두르지 않는다.
누가 재촉해도 자기 속도를 잃지 않는다.
칠순을 넘고 보니 강물의 태도가 부럽다.
젊을 때는 늘 앞만 보고 달렸다.
시험도 쫓아가고, 직장도 쫓아가고, 승진도 쫓아갔다.
지금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법을 조금 배웠다.
자전거 바퀴는 일정한 리듬으로 돈다.
슥슥슥.
체인이 내는 소리가 작게 따라온다.
숨은 조금 차지만 기분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길가의 메타세쿼이아가 팔을 벌려 그늘을 만들어 준다.
작은 마을도 지난다.
구름이 천천히 떠간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김유정을 떠올린다.
그는 시인이 아니라 소설가였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늘 사람 냄새가 났다.
투박하고 서툴지만 정겨운 사람들.
가난해도 웃음을 잃지 않던 사람들.
이 길도 그렇다.
화려하지 않다.
대단한 관광지가 줄지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강이 있고 산이 있고 바람이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잠시 혼자만의 짧은 시를 적어 본다.
강물은 말이 없고
바람은 이름이 없네
페달은 묵묵히 돌고
늙은 다리는 천천히 따라가네
오늘의 길 끝에서
나는 조금 더 가벼워지리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강촌역이 가까워진다.
가평역에서 출발할 땐 강물이 오른쪽으로 흘렀는데
다시 왼쪽에서 흐른다.
강촌 유원지가 보이며 다시 오른쪽으로 흐른다.
여행이란 원래 이런 것이다.
강이 어느 쪽으로 흐르던 어떠랴.
벤치 하나를 발견하고 잠시 쉰다.
물 한 모금을 마신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젊은 시절 강촌은 특별한 이름이었다.
대학생들의 MT 성지였고, 청춘들의 소풍지였다.

누군가는 강촌에서 첫사랑을 만났고,
누군가는 기차 안에서 편지를 건넸고,
누군가는 북한강 강변에서 밤늦도록 기타를 쳤다.
그런 이야기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았다.
그런데 막상 나는 없다.
강촌에 대한 추억이 없다.
신기할 정도로 없다.
내 청춘이 그 시절 강촌을 비껴간 모양이다.
역 이름을 보는 순간 뭔가 떠오를 줄 알았는데, 기억의 창고를 뒤져봐도 먼지만 나온다.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남들은 강촌에서 청춘을 주웠다는데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도서관 구석에서 시험공부를 했거나, 주머니 사정 때문에 기차표 값을 아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웃음이 났다.
청춘은 모두 같은 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강촌에 있었고,
누군가는 학교에 있었고,
누군가는 직장에 있었고,
누군가는 그저 오늘을 살아내느라 바빴다.
강촌에 대한 추억은 없지만,
강촌을 지나온 세월은 있다.
생각해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몇 킬로미터는 이상하게도 더 힘이 난다.
목적지가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여행이 충분히 즐거웠기 때문일까.
멀리 역 건물이 보인다.
김유정역이다.
브레이크를 잡고 천천히 멈춘다.
약 26km. 시간은 105 분.
땀은 제법 흘렀지만 마음은 상쾌하다.
김유정 문학촌은 생각보다 컸지만
재작년에 본 곳이므로 이번엔 생략.
역 앞 의자에 앉아 기차를 기다린다.
자전거는 옆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생도 자전거 여행과 비슷하지 않을까.
너무 빨리 달리면 풍경을 놓친다.
너무 늦게만 가도 목적지에 닿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속도로 꾸준히 가는 일이다.
가평에서 김유정까지의 26km.
어쩌면 여행은 발보다 먼저 마음이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길은, 아직 가지 않았는데도 오래도록 그리운 길이 되기도 한다.
자전거 타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이웃님들도 이번 주말엔 가볍게 페달 한번 밟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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