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산행수필

한반도 배꼽 마니산과 외포리

월화 희준 2026. 9. 8. 19:00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아침, 강화도  마니산을 향해 출발했다. 오전 11시 반 화도 공영주차장에 도착. 주말 산행은 좋아하지 않지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매우 좋은 날씨여서, 서해 바다 풍광을 보고 싶어 나선 길이었다.

마니산의 내력

마니산(472,1M)의 옛 이름은 '마리산'이다. '마리'는 '머리'의 옛말로 '겨레의 머리가 되는 성스러운 산'이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는 강화도를 한반도의 중심에 자리한 배꼽으로 생각했고, 마니산 정상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강화 사람들은 마니산 정상에서 새해 첫 일출을 감상하며 호연지기를 길렀다고 한다. 서해안에 있지만 마니산 일출 트레킹은 성스러운 산을 고귀하게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셈이다.

 

강화도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면도 있다. 과거 병자호란의 전란 속에서 수도 서울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시골 마을처럼 늙었다. 서울 근교에 있는데도 발전이 더디다. 오히려 그 점이 강화도의 매력이기도 하다.

 

본래 마니산은 강화 본섬과 떨어진 별도의 작은 섬이었다. 1706년 숙종 때 강화유수 민진원이 간척해 지금처럼 하나의 섬으로 연결됐다고 한다. 

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의 모형을 산 입구에 세워놨다


마니산 참성단은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고 전해지는 민족의 제천단.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해 기운이 세기로 손꼽히는 까닭에 매년 전국체전의 성화도 이곳에서 채화하기로 잘 알려진 곳이다. 



참성단은 예부터 아래나 위나 네모난 형태를 띤 돌단. 오르막 등산로에선 오른쪽에 서해바다가 화창하게 펼쳐졌지만, 왼쪽으로 섬 안쪽도 맑은 날씨에 시야가 매우 좋았다. 그래서 좋은 사진을 많이 얻어감에 감사했다.

향로와 참성단
참성단과 서해를 파노라마 방식으로 촬영
계단은 최근에 조성된 것인데 시멘트 몰탈이 보이는 것은 유산을 망친 느낌


오후 1시 20분, 마침내 참성단에 다다랐다. 시야가 확 트인 풍경은 바다뿐 아니라 육지 쪽도 대등하게 시원스러운 모습.
 

정상석 대신 나무기둥에 '해발 472.1M'라고 쓰여있다

 

구름과 어울려 아름다운 서해
서해바다 커디션도 gooooood
서해는 지금 썰리는 중
참성단 앞에서 파노라며 촬영


그러나 마주한 제단 자취에는 짙은 아쉬움이 남았으니. 계단을 보수하며 속으로 살짝 숨겼어야 할 시멘트가 겉으로 보란 듯이 나온 까닭이다. 원래의 본체와 겉도는 시공 흔적은 천년 유적에 지울 수 없는 흠집. 씁쓸한 마음 뒤로한 채 원점회귀로 하산을 마친 시각은 오후 4시였다.

 

오히려 옛날이 화려했던 외포리


외포리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반. 석모대교가 놓이기 전, 섬으로 건너가는 배를 타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였던 옛 포구다. 새로 지은 수산시장 건물 안에는 음식을 먹는 구조의 식당이 없어, 모둠회와 밴댕이회를 따로 포장해 밖으로 나왔다.

외포리 수산시장 앞에서 본 석모도

 

외포리 앞 석모도


바닷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4인용 야외 탁자. 누구나 무료로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즐기도록 마련해 둔 자리가 반가웠다.

'속이 좁다'는 비유로 자주 쓰이는 밴댕이. 허나 성질이 급해 육지에 오르자마자 죽어버리므로 옛날에는 포구 현장이 아니면 제 맛을 보기 힘든 귀한 물고기였지 않은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강화 해역의 밴댕이는 유독 살이 찰지고 기름져 고소함이 으뜸이다.

파도 소리 들으며 새콤한 밴댕이회 한 점에 잔을 기울이자 절로 피어나는 옛 시절의 기억들. 배를 타고 석모도를 오가던 추억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석모도 쪽으로 해는 기울고 있었다.

 

마니산이 높진 않지만 구름에 덮여있기도 합니다. 자욱한 안개가 신비로운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