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필

출근길, 아내의 '010-7644' 청문회

월화 희준 2026. 8. 17. 08:00

 

출근하려 현관문을 미는 내 팔

 

출근하려 현관문을 미는 내 팔을 아내가 잡았다, 차갑게 눈썹을 추키며.

"당신, 나 좀 봅시다."

'봅시다?' 결혼하고 처음 들어보는 종결어미, 현행범이라도 잡은 말투다.

"당신, ‘칠육사사’가 누구야?"

반말로 캘 정도면 대단한 증거라도 잡은 모양이다.

"뭔 소리야?"

독 안에 든 쥐를 보는 고양이 눈빛으로 추궁이 이어졌다.

"'통화 가능한가요?'는 뭐고, '비가 오네요', '국화차 향기가 좋아서...' 이거 보낸 사람 같은 사람 아니야?"

밤새 내 핸드폰을 뒤진 모양이다. 친구들한테 배운 대로 딱.

 

1+1+1=2

문학회 일정 때문에

 

가끔 문학회 일정 때문에 여류 문인들에게 문자를 받는다. 시간을 묻는 건 배려인데, 발신 번호가 반만 찍히기도 했다. 그때는 '센스 있네' 했었는데, 오늘은 거기에 발목을 잡힐 줄이야!

010-7644가 누구냐는 것이다. 다 찍힌 번호면 의심이 없는데, 반만 찍힌 번호라 수상하다는 논리다. 말문이 막혔지만, 밀리면 끝장이라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앞자리 여직원이 나 골탕 먹이려고 장난친 거야!"

지갑에서 비상 연락망을 펴 코앞에 들이댔다. 국번호가 같은 전화번호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목소리는 더 커졌다.

"걸어봐! 아이고, 내가 이러고 세상 살아야 돼?"

아내는 그걸 들고 씨근대며 안방으로 갔다. 속으로는 큰일 났다 싶었다. 그 직원과 친하지도 않은데, 통화가 되면 나는 끝장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그녀가 믿는 하나님은 가끔 내 편이 되기도 한다.

안방에서 나온 아내는 연락망을 접어 내밀었다.

"왜? 걸어보라니까."

배짱을 튕기는 내게, 그녀는 나중에 걸어봐도 된단다. 그리고 직원끼리라도 썸씽은 많다고 턱을 치켰다.

"당장 걸어보라니까?"

 



생판 모르는 초면한테 아침부터 전화를 건다? 무슨 창피인가 싶었던 모양이다. 그 대목에서 악센트를 높였다.

"수상한 전화면 내가 왜 안 지웠겠어? 내가 그렇게 머리 나쁜 줄 알아?"

머리 나쁜 나, 구사일생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직원 7644에게 종이컵 커피를 한잔 샀다.

 

휴~ 머리 나쁜 자는 한눈팔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