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필

횡재수의 랠리, 그리고 붉은 수박 한 조각

월화 희준 2026. 7. 28. 18:00

장마철 하늘의 지리함

 

먹구름이 그득한 장마철 하늘을 바라보며 지레 마음을 접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예보와 달리 비는 내리지 않았고, 거짓말처럼 테니스장 문이 환하게 열려 있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날씨, 그야말로 ‘횡재수’였다.

테니스든 골프든 배드민턴이든, 모든 운동의 가장 큰 숙제는 마음 맞는 파트너를 구하는 일이다. 시간 맞추랴, 실력 맞추랴 애쓰는 이들이 수두룩하지만 우리는 그런 걱정이 전혀 없다.

언제든 라켓 두 자루 챙겨 들고 함께 코트로 나설 수 있는 평생의 동반자가 있으니 말이다.

어느덧 칠순을 맞이하고도 코트 위에서 경쾌하게 공을 쫓는 아내를 보고 있노라면, 함께 땀 흘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삼 고마운 마음이 깊어진다.

코트에 서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았지만 상관없었다. 노란 공이 오가는 궤적 속에서 묵직한 수증기는 어느덧 몰입의 열기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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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반짝 부부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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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 테니스

사회인 테니스판은 온통 복식 게임 위주다. 네 명이 모여 편을 짜는 게 일반적이지만, 둘만의 랠리만큼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며 땀을 흘릴 수 있는 시간은 드물다.

가끔 옆 코트에서 "한 게임하실래요?" 하며 짓는 친근한 미소가 찾아올 때면, 기분 상하지 않게 정중히 거절의 말을 건네는 것은 덤으로 받은 일감.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승패가 걸린 게임이 아니라, 오롯이 서로의 호흡에만 집중하는 이 고요하고 치열한 랠리였으니까.

108초의 동영상 속,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쉼 없이 라켓을 휘두르는 우리의 모습이 담겼다.

탁, 탁, 경쾌하게 뻗어 나가는 스트로크. 장마의 습기를 뚫고 내지르는 샷마다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흩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시원한 물로 땀을 씻어내고, 냉장고 깊숙이 넣어두었던 수박을 두툼하게 썰어 베어 물었다.

아삭한 소리와 함께 붉은 과즙이 입안 가득 터지며 오늘의 열기를 말끔히 가져가 주었다.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함께 땀 흘릴 사람이 곁에 있어 더없이 좋았던, 장마철의 횡재수를 맛보곤 웃는 부부.
 
우린 영원한 맞수고, 영원한 파트너다. 

 

   세시봉에서 트리오로 탄생할 뻔한 <윤형주x송창식x이익균>의 보물같은 음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