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워디갔다오세유?
인천국제공항은 24시간 깨어있습니다.
국제공항은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죠.
한밤중에도 살아있는 곳입니다.
지금 쓰는 얘기는 20여 년 전 기억이니
지금은 달라진 장면도 많을 겁니다.

분위기가 들떠 있거나
포옹을 오래 나누는 사람들은 출국자들이고,
피곤해 보이거나 말이 없는 사람들은 입국자들입니다.
어느 비행기에든
우리나라 60세 전후의 아주머니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산파들이지요.
그때 그분들은 질서에 조금 미숙하셨지만
지금은 달라지셨겠지요.
조용하던 입국장이 시끌시끌해지면 영락없이
우리나라 비행기가 도착한 겁니다.
지방에서 온 단체 여행자들은 같은 색의 모자를 쓰거나
같은 색의 조끼를 입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체가 주는 소속감과 안전의 도구이며,
낯선 외국에서도 보호받는 수단이 되지요.
앞사람의 조끼나 모자
그것은 그들이 거리의 풍경보다 더 많이
보고 다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며칠 동안 앞의 아줌마 뒤통수만 보고 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잖아요.
*고생을 손끝에 달고 살아오신 아주머니들*
그들은 양모이불, 무스탕, 건강식품 등을
많이 사 오시지만 대부분은 자식들 주려고 사 오신답니다.
아직도 자기 호사는 하실 생각이 없는 분들이지요.
설사 그분들이 조금 시끄럽고 질서에 조금 미숙하면 어떻습니까.
허리 굽혀 눈높이를 맞추면 모두 이웃 같은 분들입니다.
내가 정장차림으로 점잖게 서 있으면 어려워하실까 봐,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긴장을 풀어드립니다.
"할머니, 워디갔다오세유?"
저는 서울 태생입니다만 이럴 땐 사투리를 씁니다.
할머니는 다시 자기 앞에 서 있는 친구의 등을 칩니다.
"할매, 우리 어디 갔다 오능겨?"
앞의 할머니가 뒤에서 물어본 할머니 코에 대고 알려줍니다.
"뉴질랜도"
뒤에 선 할머니는 말없이 나를 돌아보기만 합니다.
알아들었느냐는 뜻입니다.
당신이 정확히 옮기기 힘든 발음 같습니다.
그러면 나는 또박또박 복창합니다.
"뉴, 질, 랜, 드?
우와 할머니 되게 좋은 데 다녀오시네유!"
할머니는 어린아이처럼 으쓱으쓱 나가십니다.
좋은 곳에 다녀오시지만 그곳의 상품이 우리 것보다
별반 좋지 않은 것도 아시는 모양입니다.
작년 다르고 지난봄 다르게
그분들의 가방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방 수가 더 줄고
크기도 줄어야 한다고 그때는 생각했었습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