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얄개⑯] 버스 안내양 누나들 미안하옵니다
1. 50년 전 버스 안의 얄개들
50여 년 전의 얄개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시내버스 안내양에게 '누나'라고 부른 축과 '언니야'라고 부른 축으로.
전 축들은 교복에 꽂힌 학년 배지대로 나이를 인정하는 아이들이고 후 축들은 마치 몇 년씩 꿇어서 나이는 많다고 우기는 구레나룻들이다.
전 축들은 버스표 냈냐고 물으면 고분고분 내던 자세를 재연해 보이고 후 축들은 기분 나빠 내릴 테니 내지도 않은 버스표 내놓으라고 코털을 날린다.
2. 회수권 한 장에 실린 얄개들의 장난
버스 탈 때는 삼삼오오 사이좋게 오르는 게 좋다. 회수권은 뒷 녀석이 모두 낼 것처럼 마구 떠들며. 안내양은 각자 내고 타라고 가슴으로 막는다. 그러면 뒤에서 떠밀린 척, 맨 앞 녀석이 가슴으로 뚫는다. 맨 앞 역할은 서로 하고 싶어 하므로 잘 해내야 또 시킨다.
모자 쓰고 탄 녀석은 모자 벗고, 벗고 오른 녀석은 쓴다. 가방을 옆구리에 끼었던 녀석은 들며 돌아선다. 제일 잘 생긴 내가 안내양에게 누나라고 예쁘게 부른다.
"누나, 누가 안 냈게? 알아맞혀야 줄 꼬야!..."

잘못 찍으면 덤벼들 것 같은 녀석도 있어서 마음 약한 누나는 울상이 된다. 그때,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옆 학교 선생님이라고 뒤통수 한 대씩 후린다. 우리는 그런 매도 맞고 자랐다.
지금 같으면 고발당하고도 남을 선생님이지만, 우리는 아프지 않았고 선생님이 밉지도 않았다. 나는 맞으면서 엎어질 듯한 시늉을 크게 오버한다.
지쳐 보이던 누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웃음을 선사하면 한 번쯤 봐줄 만도 하건만 회수권은 끝까지 받아낸다.
3. 야물딱진 누나들과 시골 동생들
야물딱진 그때 그 누나들, 지금은 손자 데리고 어느 버스엔가 앉아서 옛날 나 같은 놈 생각하고 피식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누나들한테 학비 타서 공부한 시골 동생들한테 져서, 그해 겨울 우리들이 대학에 떨어진 걸 안다면.....
웃음 끝에 가는 어깨를 펴볼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얄개전 [응답하라 1972 ⑰]
🎧 함께 들으면 좋은 그 시절 포크송
이 글을 쓰다 보니 그 시절 버스 라디오나 길거리 레코드숍에서 흘러나오던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익>**이나 둘다섯의 <긴머리 소녀> 같은 서정적인 포크송 선율이 귓가를 스치는 듯합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던 안내양 누나들도 버스 종점에 들어설 때면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며 고향에 둔 동생들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