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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부부의 랠리, 110초에서 일단 끊고

월화 희준 2026. 6. 9. 18:00

아침 햇살이 코트 위의 흰 선을 선명하게 깨우면, 우리 부부는 라켓을 빙긋 쥐고 마주 선다.

부부 함께 테니스 30년


그리 넓지 않은 사각형 공간

그곳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우리만의 무대가 된다.

테니스 동호인들은 대부분 네 명이 함께하는 복식경기를 즐긴다.

특히 혼합복식에서는 여성의 실력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대회에 나가 보면 여성 선수의 기량이 좋은 팀이 강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우리 또래의 테니스 동호인을 찾기 어렵다.

이웃 코트에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게임보다 랠리를 즐기게 되었다.

게임은 재미있다.

하지만 점수가 걸리면 사람 마음이 묘해진다.

공 하나 놓쳤을 뿐인데 괜히 아쉽고, 미안하고, 때로는 서운하기도 하다.

부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반면 랠리는 다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공이 아니라 함께 살려내기 위한 공이 오간다.

공 하나를 더 이어가기 위해 서로 발을 움직이고, 조금 불편한 자세도 감수한다.

상대가 치기 좋게 보내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래서 랠리에는 승부 대신 배려가 있다.

어제는 그런 랠리 장면을 110초짜리 동영상으로 남겨 보았다.

 


110초, 숫자로 적으면 짧아 보인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1분 50초 동안 공이 끊기지 않고 살아 있으려면 두 사람 모두 어느 정도의 구력이 있어야 한다.

그저 받아 넘기기 급급한 공이 아니다.

적당한 속도와 팽팽함을 품은 공들이 허공을 가른다.

탁.

탁.

탁.

경쾌한 타구음이 이어진다.

공은 코트 위를 오가고, 두 사람의 발도 쉼 없이 움직인다.

110초가 끝났을 때는 등줄기에 땀이 맺혀 있었다.

영상을 다시 보니 랠리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 운동하며 만들어진 호흡이었다.

누가 더 잘 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점수를 더 많이 따느냐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공 하나를 더 살려내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110초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좋았다.

어쩌면 부부의 삶도 비슷한 것인지 모르겠다.

승부를 겨루는 관계가 아니라 공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함께 움직이는 관계.

어제 찍은 110초의 영상은 단순한 랠리 기록이 아니다.

우리 부부가 함께 만들어 온 작은 동행의 기록이다.